문화&예술

뉴진스의 무대는 왜 회귀가 아닌 재발명인가?

시대作 2025. 3. 2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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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무대는 왜 회귀가 아닌 재발명인가?

“그 소녀들은 과거를 닮았지만, 결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K-컬처 시리즈 ①

뉴진스의 무대가 왜 단순한 Y2K 복고가 아닌 감각의 재발명인지를 분석한다. 음악, 영상미, 퍼포먼스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여성상을 구축하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복고인가, 새로운 느낌인가 

뉴진스의 무대는 한눈에 눈길을 끈다. 카세트테이프, 브라운관 TV, 아날로그 감성의 영상 톤.
90년대 같기도, 2000년대 초반 같기도 한 ‘Y2K’ 스타일이 떠오른다. 하지만 뉴진스의 무대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그들은 과거의 분위기를 빌려오지만, 그 시절에 없던 감정을 덧입힌다. 〈Ditto〉의 필름카메라 느낌은 홈비디오를 닮았어도 그 안에서 흐르는 감정은 달라진다. 우정도 사랑도 아닌, 나를 바라보는 불확실한 감정과 거리 두기. 이건 그냥 회귀가 아니라, 감각의 새 조합이다.

 

‘Hype Boy’, 네 개의 마음

〈Hype Boy〉 뮤직비디오는 한 곡을 네 개의 시점으로 나눈다.
같은 노래지만, 멤버마다 감정이 다르고, 눈빛도 다르고, 결말도 다르다.
한 팀이지만,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 K-pop이 '완벽한 팀워크'와 '칼군무'에 집중했다면, 뉴진스는 개개인의 감정과 세계를 보여준다. 〈Hype Boy〉 속 네 개의 이야기는 겹치거나 부딪히지 않으면서 하나의 노래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여러 개의 '나'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감각. 지금 세대가 익숙한 방식이다.

 

뉴진스의 Y2K 감성과 복고적 요소를 AI에 의해 생성한 시각적 표현

 

 

민희진, 감각을 짜 맞추는 사람

뉴진스의 프로듀서 민희진은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라 감각을 다루는 디렉터다. 〈OMG〉에서는 정신없는 이야기 속에 리얼리티 쇼를 섞고, 〈ETA〉에서는 아이폰 화면과 독특한 안무로 기존 틀을 흔든다. 완벽한 서사보다, 어딘가 불확실한 흐름을 오히려 더 미학적으로 만든다.


우리가 알고 있던 K-pop은 대체로 고난 → 성장 → 성공이라는 이야기 구조를 따랐다. 하지만 뉴진스의 〈OMG〉는 그런 틀을 따르지 않는다. 자아에 대한 혼란, 나를 믿을 수 없는 느낌, 흐릿하고 정해지지 않은 감정선. 그 안에서 감정은 흐르고, 명확한 결론 없이 무대를 채운다.

 

왜 소녀들인가?

뉴진스의 세계는 언제나 ‘소녀’로 출발한다. 하지만 그 소녀는 보호받는 대상도 연출된 이미지도 아니다. 그들은 자기 생각으로 움직이고 자기 속도로 감정을 드러낸다. 〈ETA〉에서 친구의 배신을 눈치챈 소녀는 바로 행동한다. 크게 화를 내지도, 눈물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대신 또렷하게 자기 태도를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익숙했던 '수동적인 소녀 이미지'를 벗어난다. 뉴진스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나’를 보여준다. 이게 바로 ‘나로 존재하는 법’을 새로 만드는 방식이다.

 

회귀 아닌 재발명 

뉴진스는 흔한 브랜드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감각이고 지금 시대를 느끼는 방식 그 자체다. 치밀하게 기획된, 그러나 아무렇게 흘러가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연기한다. 그 안에는 완벽함이 아닌, 현실감과 즉흥성이 숨어 있다.
〈ETA〉에서 소녀들이 친구의 배신을 알아차리고 질주하는 장면,
〈OMG〉 속 병원 복도와 골목길처럼 현실적이면서도 꿈같은 공간.


이런 장면들은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전혀 다른 감정을 만들어낸다.
과거를 가져오되, 그 의미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뉴진스의 무대는 회귀가 아니라 감각의 재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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