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2025년 61회 백상예술대상. 수상 후보작들을 만나보다

시대作 2025. 5. 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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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백상예술대상, 수상후보작, 예술과 시대의 경계

한국 대중예술의 현재를 집약하는 백상예술대상이 61회를 맞아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확장을 보여준다.

플랫폼의 경계를 허문 방송 부문, 깊은 사유를 담은 영화 부문, 현장성을 되살린 연극 부문까지, 예술성과 대중성이 공존하는 총체적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상식은 예술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고하는 나침반으로 기능한다.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며, 시상식은 그 거울 위에 각인된 찬란한 순간들의 연대기다. 1965년, 조용히 막을 올린 백상예술대상은 이제 반세기를 훌쩍 넘어, 61년의 시간을 견디며 한국 대중문화의 무게중심이자 좌표로 자리잡았다. 텔레비전, 영화, 연극이라는 세 갈래의 예술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이 시상식은 단순한 ‘시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 해의 미적 축적이자 문화적 경축이다.
올해의 백상은 겉보기에 단아하지만 속은 복잡다단하다. ‘TV 부문’이라는 오래된 명칭은 ‘방송 부문’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고, 플랫폼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OTT, 지상파, 케이블이라는 이름표는 이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서사의 힘이다. 그리고 이 힘을 품은 작품들이야말로 오늘 밤의 주인공이다.
2025년 61회 백상예술대상 포스터
2025년 61회 백상예술대상 포스터

백상예술대상의 정체성과 의의

백상예술대상은 흔히 ‘대한민국의 골든글로브’라 불린다. 하지만 그 수식은 이 시상식의 정체성을 다 담기엔 모자라다. 이곳은 명백히 문화 생태계의 생생한 기록이자 예술성과 대중성의 교차점이다. 시상은 한 해의 결과물이지만, 그 안엔 산업과 사회, 개별 창작자들의 고뇌가 응축되어 있다.

 

특히 올해는 ‘다양성’과 ‘확장’이라는 키워드가 뚜렷하다. 방송 부문에서는 ‘폭싹 속았수다’와 ‘선재 업고 튀어’처럼 제주어와 타임루프라는 언어적·서사적 실험을 꾀한 작품들이 최다 노미네이트 되며, 단순한 인기 이상의 ‘의미 있는 대중성’을 입증했다. 이는 백상이 추구해온 철학, 즉 ‘의미 있는 소비’를 반영하는 결정이다. 

방송 부문: 서사의 실험과 확장

이번 백상의 방송 부문은 말 그대로 장르의 해체와 조합이 돋보인다. ‘폭싹 속았수다’는 낯선 방언과 정서,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사랑’과 ‘죽음’의 존재론적 문제를 섬세하게 직조한다. 박보검과 아이유의 재회는 단순한 스타 캐스팅을 넘어, 현실과 허구 사이를 잇는 감정의 징검다리가 된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한편 ‘선재 업고 튀어’는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청춘 로맨스를 통해 K-콘텐츠의 확장성과 감각적인 영상미를 제시하며, 팬덤 중심의 시청 경험에서 예술적 수용의 지평까지를 확장시킨다. 변우석의 연기 스펙트럼, 김혜윤의 디테일 연기, 그리고 이시은 작가의 담백한 서사가 삼각 축을 이루며, 감성의 정중앙을 겨눈다.

 

‘중증외상센터’는 다소 낯선 의료 장르이지만, 그 안에 깃든 생의 윤리와 조직의 불협화음은 냉철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특히 주지훈과 윤경호의 감정곡선은, 응급의 순간 속에서도 인간의 진심이 어떻게 배어드는지를 증명해 보인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영화 부문: 장르를 넘은 정서의 진화

올해 백상 영화 부문은 말 그대로 '각축장'이다. ‘전,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최초로 영화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라 시대의 변화를 증명했으며, 박찬욱 감독이라는 상징적 이름은 이 자리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이 작품은 비단 ‘전쟁’이라는 외부적 테마보다도, 인간 내면의 갈등과 선택이라는 깊은 주제를 시적으로 풀어낸다.

영화 <하얼빈>

 

‘대도시의 사랑법’은 김고은과 노상현의 눈빛만으로도 대사 없이 충분히 서사를 말하게 한다. 도시라는 익명성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은 지극히 보편적이되, 그 보편이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준다. 이언희 감독의 섬세한 시선은, 카메라가 인물의 숨결까지 포착하는 듯하다.

 

‘하얼빈’은 장르적 묵직함과 감성의 진중함을 조화롭게 엮어낸 작품이다. 역사극의 외피를 두르되, 중심은 여전히 인간의 신념과 고독이다. 현빈의 내면 연기는 시끄럽지 않지만 묵직하며, 우민호 감독의 서사 리듬은 한 편의 교향곡처럼 펼쳐진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

연극 부문: 무대 위 예술의 힘

연극 부문은 여전히 가장 덜 조명받는 부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현실’에 가까운 예술이다. 이곳엔 후반 편집도, CG도, 리테이크도 없다. 오로지 한정된 무대 위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배우의 육성만이 존재한다.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몰타의 유대인’, ‘퉁소소리’, ‘진천이 추천하는 진천 추천연극 진천사는 추천석’은 작품명에서부터 기묘한 풍자와 실험정신이 감돈다. 이들은 서사를 밀도 있게 구현하며, 관객과 배우가 서로 숨결을 맞추는 '현장성'이라는 연극만의 고유 가치를 되살려낸다.

 

특히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과 같은 젊은연극상 후보작은 생물학적 ‘젊음’이 아닌, 서사의 ‘새로움’을 기준 삼는 백상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이는 시상식이 아닌 ‘시대 감각의 보고서’라는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만든다.

진천사는 추천석
진천사는 추천석

맺음말: 시대를 비추는 예술의 거울

백상예술대상은 더 이상 과거의 관습적 ‘시상식’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그 해의 문화적 풍경을 조망하고, 창작자들이 직면한 고민과 돌파의 흔적을 기록하며, 동시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예술적 방향을 제시한다.

 

대중성과 작품성은 이원화된 가치가 아니라, 예술이 뻗어 나가는 두 팔이다. 하나는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껴안고, 다른 하나는 그 안의 진실과 미학을 파헤친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은 그 두 팔로 한국 예술의 오늘을 품고, 내일을 지시하고 있다.

 

오늘 밤, 그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우리는 또 하나의 ‘시대의 흔적’을 듣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백상이 남기는 진정한 상의 의미다.

 

제61회 백상예술대상은 2025년 5월 5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되며, JTBC, JTBC2, JTBC4에서 생중계됩니다. 이번 시상식은 방송, 영화, 연극 부문에서의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과 아티스트들을 조명합니다. 특히 연극 부문에서는 '몰타의 유대인', '진천이 추천하는 진천 추천연극 진천사는 추천석', '퉁소소리' 등이 백상연극상과 연기상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백상예술대상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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