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2025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한국 문학을 다시 묻다

예술싱싱作 2025. 3. 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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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나라, 그 문턱에서

2025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한국 문학을 다시 묻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한국 문학 생태계의 위기와 가능성을 짚어본다. 도서전 예산 논란, 출판 산업 구조, 작가의 권리, 팬덤과 시스템의 균형 등을 분석하며 지금 우리가 문학에 대해 묻고, 다시 설계해야 할 지점을 찾으려는 시도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니까요.”

“그래서 요즘 책 좀 읽어요?”

“… 에이, 그건 아니죠.”

놀랍게도, 이 대화는 요즘 꽤 자주 오간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분명 경이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질문이 따라왔다.

 

한국 문학, 지금 괜찮은가요?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하게는, 문학이 아직 우리에게 필요하긴 한가요?
우리는 책의 나라가 될 수도, 책 없는 나라로 퇴보할 수도 있는 문턱에 서 있다. 그 상징적인 공간이 바로 ‘서울국제도서전’이다.

 

국제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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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 그리고 갈등의 역사

2023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은 도서전을 정치화했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협회 간의 예산 갈등은 결국 정부 지원 ‘0원’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5만 명, 그 뜨거운 열기. 정부 없는 도서전은 흥행했고 젊은 세대, 특히 2030 여성의 호응은 이전보다 더 깊고 단단했다. 마치 눌러 담은 문장의 여운처럼.

하지만 정말로 ‘성공’이었을까?
정말로 ‘문학의 축제’였을까?

 

보이지 않는 균열들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홍보하며 사고파는 공간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책을 만드는 사람, 읽는 사람, 판권을 사고파는 사람, 번역하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국 문학의 생태계를 가늠하는 장이다.

그런데 2024년, 그 생태계의 일부는 축소됐다. 저작권홀은 공간을 줄였고, 회의는 미리 예약제로 제한되었으며, 마지막 날에는 문을 닫아버렸다. 이대로라면,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반짝 특수’로 끝날지도 모른다.

 

한류 드라마와 K팝은 세계를 누빈다. 이제 K문학이 그 바통을 쥐었다. 그러나 이 문화적 흐름에 진심으로 투자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출판사는 유통망 붕괴와 리스크에 떨고, 작가는 제값을 못 받고, 정부는 갈등만 이어간다. 그 와중에도 독자들은, 북토크 줄에 서서 한정판 책을 사려고 1시간을 기다린다.

 

사진과 설명은 한겨레 신문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전병극 문체부 제1차관이 축사를 하는 동안 출협 임원진이 정부의 출판·독서 정책에 항의하는 어깨띠를 두르고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팬덤, 감성, 그리고 책의 미래

2024년 도서전의 주인공은 ‘책을 사는 손’이 아닌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었다. ‘주머니시’, ‘생일책’, ‘예쁜 책장’, ‘인스타 감성’- 이처럼 책은 정체성과 취향, 감정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다면 질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책을 팔아줄 팬덤인가, 책을 지켜줄 시스템인가?
둘 다다. 그런데!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서 문제다.

 

작가-출판사-유통망, 무엇이 문제인가

작가는 여전히 ‘노동자’가 아닌 ‘창작의 영혼’이라는 취급을 받는다. 고료는 낮고 계약은 부실하며, 책임은 전가된다. 2024년 작가노조 선언은 그에 대한 분노였다.

출판사는 팬층 없는 책에 쉽사리 손을 내밀기 어렵다. 생존을 위해 리커버, 굿즈, 북튜버 전략에 의존한다.
유통망은 대형서점 중심으로 고착되었고, 독립서점은 외로이 싸운다. 이들 사이의 '진짜 유통'은 부재 상태다.

이 고리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

 

국제도서전

 

방향은 있다

정부 지원, 판에 대한 투자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산을 행사장 대관료에만 쓰지 말고, 저작권홀과 번역자 지원, 독립출판 육성에 써야 한다.
노벨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출판사-작가-번역자 간 ‘상생 계약’ 시스템 마련
선진국처럼 명확한 원고료 기준, 표준 계약서, 번역자 권리 보호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문학도 '팬덤'이 된다면, 그 감정을 존중할 플랫폼 구축 필요.

굿즈도 좋다. 북토크도 좋다. 하지만 그것이 책 자체의 깊이와 연결되도록 기획력을 보완해야 한다.

지방/청소년/고령층도 품는 문학 콘텐츠 필요

 

지금 도서전은 MZ세대의 축제로만 흐르고 있다. 초·중·고, 지역서점, 어르신 독서회와 연계한 다층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독자에게 묻는다

문학은 당신에게 무엇인가요?
지금도 독서는 삶의 안쪽에 남아 있나요?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다. 그 사랑이 진심일수록, 우리는 한 번 더 물어야 한다.
그 사랑은 시스템 없이 지속 가능할까?

 

결론: 문학, 다시 시작할 시간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그저 일정에 맞춰 열리는 행사나 축제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 문학의 미래를 묻는 자리다. 그저 흥행하는 책이 아니라, -살아남는 문학-을 위한.

 

노벨문학상, 한 번 받았다. 이제 그 위에 무엇을 쌓을지,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다. 작가와 출판사, 번역자와 정책자,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 이 모든 존재가 책이라는 공통 언어로 다시 모이는 자리가 바로 도서전이어야 한다.

 

2025년, 문학은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 시작은, 우리 안의 질문과 외침에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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