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드라마 <탄금> 2회 줄거리: 설인의 실체, 기억의 형상을 마주하다

시대作 2025. 5. 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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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탄금> 2회 줄거리: 설인의 실체, 기억의 형상을 마주하다

12년 전 실종과 닮은 또 하나의 사건이 마을을 뒤흔든다.
설화의 형상을 닮은 괴물은, 인간의 내면에서 태어난다.
<탄금> 2회는 공포의 외피를 벗기고, 감정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1. 눈 속에 잠긴 과거, 사라지는 아이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산골 마을. 하얀 침묵 속에 또 한 아이가 자취를 감춘다. 겨울이란 계절은 상실을 은폐하기에 익숙한 시간이고, 1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사라졌던 홍랑의 흔적이 겹쳐 떠오른다. 그날도 그랬다. 마을은 조용했고,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명, 어린 몸종만이 귀신을 봤다고 말한다. 주인이 사라지기 직전, 눈 속 어딘가에서 하얀 형체를 목격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몸종은 과거 홍랑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으로, 마치 산 채로 묻힌 것처럼 살고 있었다. 재이는 그를 땅에서 끌어 올린다. 흙을 털어낸 것은 육신이 아니라, 시간에 묻힌 기억이었다. 구출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장면. 이 순간은 누군가를 살린 것이 아니라, 망각의 바닥에서 떠오른 이야기 하나가 다시 숨을 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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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장면들

 

2. 아이들을 삼킨 폐허, 인간의 경계가 무너진 곳

홍랑은 인신매매장의 폐허에 도달한다. 설기를 비롯해 사라진 아이들의 흔적을 찾기 위한 그의 발걸음은 조용하지만 단호하다. 폐가 안은 어둡고 낡았으며, 생명의 기척 대신 거래의 흔적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그는 장사꾼에게 설기의 행방을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얼버무림뿐이다. “괴수에게 도둑맞았다.” 말은 흘러나왔지만, 진실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괴수라는 단어 속에 감춰진 건 책임의 회피이자, 인간성의 부정이다. 이곳은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길 포기한 공간이다. 그 순간, 홍랑은 어릴 적 꿨던 설인의 꿈을 떠올린다. 그 꿈 이후 그는 잠시 사라졌고, 돌아온 뒤에도 누구도 그 꿈을 믿지 않았다. 재이 역시 허황된 이야기로 여겼고, 그 기억은 조용히 덮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꿈은 다시 마주한 현실의 뒷모습이자, 과거가 미래로 연결되는 비밀의 경로가 된다.

3. 화공이 다시 작화를 시작했다

마을 어귀를 지나, 어디선가 들려온 소문 하나. “화공이 작화를 다시 시작했다.” 이 말은 단순한 수공의 재개가 아니다. 그림은 사건을 담는 틀이며, 진실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화공은 잊힌 것을 복원하고, 망각 위에 기록을 남기는 자다. 그가 다시 붓을 들었다는 말은, 덮어졌던 이야기가 다시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뜻이다.

설인의 발자국이 다시 눈 위에 찍히기 시작하고, 그 흔적은 단순한 괴수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외면한 과거의 윤곽을 그리듯 마을의 표면을 가로지른다. 이것은 전설의 부활이 아니다. 서사와 무의식이 뒤엉켜 한 덩어리로 밀려오고, 그 안에서 설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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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장면들

4. 부서지는 이름들, 흔들리는 정체

민씨 부인은 홍랑을 보고, 멈칫하며 입을 연다. “내 아드님.” 그 한마디는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인물 위에 덧씌우고, 정체의 경계를 흔들어 놓는다. 홍랑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 있는지, 무엇을 되찾고자 하는지를 되묻는다. 그 자신조차 자신의 진실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감각. 그리고 그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재이는 여전히 그를 의심한다. 지켜본 자는 더 깊이 모른다.

둘 사이의 거리감은 결국 말로 폭발한다. 홍랑은 재이를 향해 묻는다. “네가 한 건 뭐냐고? 잃어버리고 난 뒤 징징거리는 거 말고, 뭐가 있냐고.” 그 말은 분노가 아니다. 상실을 지켜만 봤던 자를 향한 탄식이며, 자신이 사라졌던 시간 동안 아무 일도 바뀌지 않았다는 비애의 변주다.

5. 설인의 목에 새겨진 글자

재이는 노비를 구해주면서 또 다른 단서를 얻게 된다. 설인의 목에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는 말. 그것은 설인이 전설의 피조물이 아닌, 실체를 가진 누군가라는 증거다. 이제 그 존재는 마을의 상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름이 새겨졌다는 사실은, 그가 누군가였다는 단순한 과거 이상을 드러낸다. 그 이름은 상징이다.

공동체가 버린 자의 흔적, 혹은 죄를 덮기 위한 희생양의 표식. 설인은 허상이 아니다. 그는 기억의 형상이며, 망각이 낳은 존재이고,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만들어진 기호다. 공포는 괴물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괴물을 믿음으로써 죄를 외면하려는 인간의 심연에서 피어난다. 설인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고, 그 형상이 오늘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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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포스터

6. 말 없는 구조, 되살아나는 감정

조방숙은 재이를 불러낸다. 설계된 위기, 그리고 홍랑이 나타난다. 함정의 중심에서 그는 말한다. “감히, 함부로 하였나. 내 누이를?” 그는 말없이 재이를 끌어올린다. 그 손길은 생명을 건지는 제스처라기보다, 깨어진 신뢰를 복원하려는 감정의 움직임이다. 그 짧은 장면에는 과거와 현재, 오해와 이해, 믿음과 상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눈발은 멈추지 않고, 두 사람의 숨결은 고요히 뒤섞인다. 구조라는 외피 속에 담긴 것은 사실, 마음의 복원이었다. 이야기의 방향은 갈등에서 회복으로, 그리고 다시 새로운 상처를 향해 미끄러진다.

7. 다음 회를 기다리는 일

설인의 존재는 계속해서 회의된다. 그러나 드라마는 존재 여부보다, 그 형상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묻는다. 왜 사람들은 설인을 보았다고 말하는가. 왜 마을은 그 이름을 빌려 상처를 덮으려 하는가. 설인은 누군가를 지우기 위한 상징이며, 지워진 기억을 되찾지 않기 위해 발명된 가면이다.

공포는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침묵 속에서 생성되고, 죄책 위에서 자라난다. 설인은 과거를 복원하러 온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또 하나의 ‘우리’일지도 모른다. 다음 회를 기다리는 시간은, 서사의 전개를 향한 기대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다시 직면하는 기다림이다. 그 기다림은 하나의 여운이자, 또 하나의 이야기다.

&lt;탄금&gt; 출연 배우들
<탄금> 출연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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