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유시민 『청춘의 독서』서평: 청춘을 위한 고전 독서 지도

시대作 2025. 5. 2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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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청춘의 독서』서평: 청춘을 위한 고전 독서 지도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이 다시 읽은 고전을 통해 청춘에게 건네는 지적 나침반이다. 고전은 단지 과거의 텍스트가 아닌, 오늘의 질문에 대한 살아있는 답변이 되어주고는 한다. 특히 불확실서의 시대, 이 책은 우리 스스로 삶의 지도를 그리는 데 가장 신뢰할 만한 안내서가 되기를 멈칫거리지 않는다.

🔖 세상이 두려울 때마다 그들에게 길을 물었다 

 

『청춘의 독서』는 표면적인 책 읽기의 노력이나 기록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 시대를 통과한 한 인간이, 젊음의 열기 속에서 움켜쥐었던 고전들을 다시 손에 쥐고 자신을 다시 비추는 여정이자,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청춘에게 건네는 지적이고도 정서적인 나침반이다. 유시민은 이 책에서 고전을 읽고 ‘이해’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고전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사유의 불을 지피며, 청춘의 언어로 대답을 이어간다. 그가 읽어낸 고전 15편은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곳의 우리를 향해 말을 걸고 있는 살아있는 현재

Ⅰ. 오래된 질문들, 다시 꺼내기

책은 유시민이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들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읽고, 새롭게 사유하며,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풀어내는 15편의 독서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번 특별증보판에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관한 새로운 장이 추가되어, 오늘날의 정치적 현실과 자유의 가치를 새삼 되짚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전을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각의 책을 삶의 이정표로 삼았던 유시민 내면의 궤적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독자를 이끈다는 점이다.

유시민 저서 <청춘의 독서> 표지
유시민 저서 <청춘의 독서> 표지

 

Ⅱ. 고전과 시대, 그리고 사유

각 장은 하나의 고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그것은 결코 고립되거나 분절된 텍스트가 아니다. 유시민은 고전을 시대적 맥락 속에 다시 불러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과 교차시킨다.

 

●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평범한 다수의 힘

책의 첫 장을 연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정의와 죄책, 구원의 문제를 다루지만, 유시민은 예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인물 두냐에게서 새로운 통찰을 발견한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인물이 공동체의 윤리를 세우고 세상을 지탱한다는 이 인식은, 지금의 청년들에게 위대한 개인보다 지속 가능한 다수의 역할을 묻는다. 불안정한 시대에 기댈 수 있는 것은 거창한 영웅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평범함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지식인의 역할과 언론의 윤리

유시민은 리영희를 "사상의 은사"라 부른다.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은 오늘날에도 절실하다. 냉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사유의 공간을 지켜낸 리영희의 목소리는, 지금도 가짜 뉴스와 여론 조작이 횡행하는 시대에 지식인의 양심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일깨운다. 유시민은 이 장에서 지식은 맑은 영혼과 더불어야 한다라고 단언하며, 앎은 곧 실천이라는 믿음을 청년 독자에게 심어준다.

 

● 『공산당 선언』 마르크스, 엥겔스: 혁명과 좌절 사이

혁명의 열기에 매료되었던 청춘의 기억을 돌아보며 유시민은 이 책을 단순한 교리서가 아닌 가슴을 울리는 정치 선언문으로 다시 바라본다. 이 장에서 그는 혁명은 끝났어도 역사는 끝나지 않았으며, 구조적 문제를 해부하는 능력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한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모순과 불평등 앞에서 이 책은 다시 읽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 『종의 기원』 찰스 다윈: 무지에 대한 반성과 이타성의 재발견

청년 시절 다윈을 읽지 않고도 그를 안다고 생각했던 유시민은, 뒤늦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편견을 반성한다. 진화론을 통해 그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진보에 대한 입체적 사유로 나아간다. ‘이기심이타심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은 층위로 확장한다.

Ⅲ. 현실을 투영한 고전들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하인리히 뵐: 언론의 자유와 폭력

이 책을 통해 유시민은 진실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다룬다. 가짜 뉴스와 선정적 보도, 정치적 왜곡이 일상이 된 지금, 이 고전은 더욱 절실하다. 유시민은 이 책에서 언론이 권력이 될 때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 『역사란 무엇인가』 E.H. 카: 진보에 대한 신념과 회의의 균형

역사에 대한 유시민의 사유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그리는 행위로 확장된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과 닿는다. 유시민은 회의 속에서도 진보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며, 청년들에게 역사적 주체로서 책임을 상기시킨다.

유시민이 말하는 '책 읽는 방법'ㅣ 아는 만큼 보이는 교양
유시민이 말하는 '책 읽는 방법'ㅣ 아는 만큼 보이는 교양(유튜브 영상 보러 가기)

Ⅳ. 『자유론』과 민주주의 성찰

증보판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마지막 15장으로 추가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다. 유시민은 계엄의 밤을 통과하며 자유의 본질을 다시 사유하게 되었고, 밀의 고전을 통해 자유가 얼마나 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가를 드러낸다. 그는 밀의 표현의 자유결사의 자유를 오늘 한국의 현실에 비추며, “자유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투쟁하고 지켜내야 할 가치라고 말한다. 또한 이 장은 자유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청년들의 정치적 감수성에 강력한 울림을 던진다.

Ⅴ. 청춘에게 건네는 마지막 메시지

청춘의 독서는 청춘이 읽어야 할 고전을 소개하면서 청춘의 삶과 사유가 함께 걸어가도록 자극하는 책이다. 그것은 유시민이라는 한 지식인이 청춘이었고, 지금은 더 많은 청춘을 위해 사유하는 존재로서, 자기 삶의 궤적을 통해 이 시대 청년들과 교감하려는 시도다.

그는 책의 뒷부분에서 말한다. “책을 쓰는 사람에게 책을 마음대로 쓸 권리가 있듯, 독자에게도 책을 마음대로 읽을 권리가 있다.” 이 말은 겸양이 아니라, 독서란 본디 자유로운 해석의 행위임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 청년에게 던지는 질문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의 기원은 어디서 오는가?”

“이 세상은 과연 진보하고 있는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은 정말 나의 생각인가?”

“우리는 실패와 상처를 견딜 수 있는가?”

 

이 책은 청년의 마음에 이와 같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오래된 고전 속에서 그 답을 함께 더듬는다. 그리고 말없이 등 뒤를 밀어준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어느새 당신의 손에도 당신만의 지도, 한 장이 그려지기 시작할 것이다.

 

📘 『청춘의 독서』는 지금 이 시대 청년의 서가에 반드시 꽂혀야 할 책이다. 그것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법에 대한 지혜의 지도를 그리는 과정이다.

유시민 작가 주요 저서 정리
출간연도 제목 기본 서사
1988 거꾸로 읽는 세계사 기존의 역사 해석을 뒤집으며 세계사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한 대표작.
2009 청춘의 독서 고전을 통해 삶과 사회를 성찰하며 청춘의 의미를 되짚는 인문 에세이.
2014 나의 한국현대사 196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개인의 삶과 함께 복원.
2017 국가란 무엇인가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국가의 본질과 역할, 시민의 권리와 책임을 조망.
2018 역사의 역사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학자들의 사유를 따라 '역사란 무엇인가'를 탐구.
2020 후불제 민주주의 노무현과의 인연 속에서 되짚어보는 민주주의의 의미와 한국 정치의 현실.
2024 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자유론』 해설과 특별 서문을 더해 고전 15편으로 청춘의 질문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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