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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여성 혐오‧성폭력 발언, 진정성 없는 사과. 커뮤니티 여론 복제

시대作 2025. 5. 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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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여성 혐오‧성폭력 발언, 진정성 없는 사과. 커뮤니티 여론 복제

이준석 후보의 2025년 대선 TV토론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었다.
혐오 표현의 공적 인용, 그 사과의 진정성, 그리고 정치가 커뮤니티 여론에 끌려다니는 현실을 드러냈다.
우리는 지금 ‘정치적 언어’의 윤리적 경계와 혐오의 구조화를 마주하고 있다.

💡 이준석, '혐오의 언어'를 정치의 무기로 삼다

2025527.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TV 토론은 높은 시청률(20.5%) 속에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그 자리는 각 후보가 국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무대여야 했다. 그러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전혀 다른 결을 지녔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성적 폭력을 묘사한 인용문이 공공의 전파를 탔다. 정치가 혐오의 수단으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 발언의 경위와 맥락, 그리고 사과?

이준석 후보는 TV 토론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민노당 기준으로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얘기할 때 여성의 성기나 이런 곳에 젓가락을 ㅇㅇ 싶다이랬다면 이건 여성 혐오에 해당하나?"

이 발언은 권영국(민주노동당), 이재명(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한 질문의 일환이었으며, 이준석 후보는 이 문장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실제로 존재했던 표현을 순화해 인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출처'는 극우 유튜브나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명백히 의도적이고 구성된 질문이었다. 그 맥락은 '상대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기 위한 장치였지만, 그 수단으로 사용된 언어는 폭력 그 자체였다.

 

▶ 발언의 사실관계

해당 표현은 실제로 특정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성 혐오적 댓글 중 하나로 확인된다. 문제는 이 후보가 이를 직접 거론하며 상대 후보에게 혐오의 진위를 판단하라고 요구한 점이다. 이는 검증이 아닌, 혐오의 공적 재현이며, 피해와 폭력을 정치적 소재로 재활용한 행위에 가깝다.

더욱이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아들을 둘러싼 과거 논란을 언급하며, "이것도 과거 선거에서 검증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그는 '사실 확인'이라는 이름 아래 타인의 혐오 발언을 포장·확산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 사과의 형식과 진정성 평가

논란이 거세지자, 이준석 후보는 528일 유세 현장에서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의 맥락은 이중적이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본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저는 굉장히 순화해서 표현했다. 어떻게 더 순화할지 모르겠다."

이는 본질적으로 "나는 잘못이 없다." 결국 방어적 사과에 가깝다. 표현 수위를 낮췄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표현의 폭력성과 맥락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과는 사과하되, 여전히 혐오의 정당성을 주장한 셈이다.

이준석 후보
이준석 후보

 

■ 각계의 반응: "사과는 부족했고, 책임은 더 무겁다"

▶ 정치권

민주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후보직 사퇴와 정계 퇴출을 요구했고, 이준석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부적절한 단어 사용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여성·시민단체

한국여성민우회, 정치하는엄마들, YWCA,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은 일제히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통해 "이준석은 대중적 방송에서 언어 성폭력을 행사했다", "정서적 아동학대", "공적 자리에서의 자격 상실"이라 규탄했다. 시민 37천여 명이 동참한 단체 고발장도 접수됐다.

 

▶ 언론 및 여론

방송사와 언론은 발언의 맥락을 재구성하며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보도했다. 토론 시청률이 높았던 만큼, 해당 발언은 아동·청소년 포함 전 연령대에 직접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 정치가 ‘커뮤니티 여론’을 그대로 복제할 때

이번 사건은 단지 하나의 발언을 둘러싼 문제가 아니다. 이준석 후보는 온라인 극단 여론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정치의 균형을 무너뜨린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그가 '지지층의 심리'를 민감하게 파악하는 전략가는 맞다. 하지만 그 지지층이 특정 커뮤니티와 사실상 공명하는 동일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치는 공론장을 확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후보의 방식은 공론을 협소화하고, 혐오를 정치 자산화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절차가 아니라, 혐오의 유통 경로다.

4명의 후보
21대 대선, 4명의 후보

■ 무엇이 필요한가: 사퇴? 성찰? 정치 전환?

공적 책임 이행: 단순 사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정당은 이 후보의 정치적 책임과 사퇴 여부를 공론화해야 하며, 정계 차원의 제도적 대응이 따라야 한다.


방송 토론 가이드라인 강화: 이번 사안은 향후 대선 토론 운영 방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방송 윤리 규정이 필요하다.


정치 담론의 회복: 혐오가 정치 수단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책 중심의 담론, 인권 감수성 기반의 토론 문화가 회복되어야 한다.

 

▶ 사과의 몫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단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혐오가 구조화된 정치 현실의 반영이다. 그의 사과는 심심했고, 책임은 가볍지 않다. 사과의 주체는 말한 자 하나만이 아니다. 이 발언을 가능하게 만든 정치 구조와 사회 감수성의 빈곤 역시 함께 반성해야 할 대상이다. 혐오가 휘발되지 않고 정치의 언어가 되려는 이 시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앞서, "어떻게 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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