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4막 총정리. 모든 겨울은 하나의 작별로 끝나고
끝은 언제나 가장 조용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삶은 오징어 뚝배기처럼, 다소 투박하지만 따뜻한 그릇이었다.
<폭싹 속았수다>의 마지막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4막, 그 마지막 4화(13~16화)는 마치 겨울바람처럼 스며든다. 눈에 띄게 소란스럽지 않지만, 마음을 천천히 무겁게 만든다. 사랑했던 사람의 등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순간처럼, 이 드라마의 결말은 잔잔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감정을 남긴다.
부모 세대의 눈물, '양관식'의 마지막 헌신
4막의 중심에는 양관식(박해준)이 있다. 그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이다. 대신 그는 가족의 꿈을 대신 짊어진 사람이다. 아들 은명이 사기를 당해 절망에 빠졌을 때, 관식은 자신의 전부인 배 ‘금은동호’를 팔아 아들을 구한다. 이 장면은 희생이나 손해의 개념이 아닌, “부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슴 깊이 던진다.
관식은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침묵으로, 그가 살아온 방식으로 말한다. 그의 죽음은 그저 노년의 자연스러운 죽음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삶 자체가 수십 년간의 자기 소멸이었고 사랑이었다. 관식이 떠난 뒤, 가족은 비로소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냈는지를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우리 모두의 삶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얼마나 솔직했고, 얼마나 많은 말들을 미뤄왔는가.
‘오애순’의 시집과, 여성의 늦은 개화
관식이 사라진 자리를 메운 이는 오애순(안은진)이다. 그녀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삶의 마지막 고개를 넘어 시인이 된다. 사십 년간의 침묵을 감내한 여성의 삶은, 한 권의 시집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애순의 시집 출간은 성공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그것은 지워졌던 이름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며, 잊혔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시간이다.
그녀가 쓰는 시는 언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위한 것이다. 말하지 못했던 사랑, 무시되었던 고통, 지나간 날들의 이름 없는 위로들이 글자가 되어 우리 앞에 놓인다. 애순은 슬픔의 끝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회복했고, 그 목소리는 관식의 무언(無言)과 대칭을 이룬다. 이 대칭은 이 드라마가 얼마나 섬세하게 ‘부부’라는 관계를 해석해 냈는지를 증명한다. 사랑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만 있지 않고 기다림과 존중 속에서도 자란다는 걸.
상처 입은 세대, ‘은명’과 ‘금명’의 화해와 회복
4막은 젊은 세대에게도 시간을 내어준다. 금명(심달기)은 마침내 충섭(문상민)과 결혼하게 된다. 가난과 IMF, 수많은 좌절을 견뎌낸 뒤에 만난 두 사람의 결혼식은 눈물겹다. 그러나 이 장면이 진짜 빛나는 이유는, 이 결혼이 단지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가족의 구원이기 때문이다.
한편 은명(강이석)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사업 실패, 사기, 원양어선. 그의 삶은 실수와 후회로 얼룩져 있었지만, 돌아온 그는 다시 얼음 공장에서 일하며 땀을 흘린다. 그에게는 아버지의 유산인 뚝배기 식당이 있고, 가족이 있고, 다시 살아볼 시간도 있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드라마는 흔치 않다. 그러나 <폭싹 속았수다>는 그런 드라마였다.
공동체의 회복: “오징어 뚝배기”와 다시 시작된 밥상
드라마의 마지막은 ‘오징어 뚝배기’ 식당에서 펼쳐진다. 관식의 이름으로 문을 열었던 이 식당은,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협력으로 점차 자리를 잡는다. 이곳은 그저 그렇게 지나칠 수 있는 식당이 아니다. 세대가 만나고, 상처가 치유되고, 공동체가 회복되는 공간이다.
드라마가 처음부터 말하고자 했던 주제는 여기서 완성된다. 결국 삶은 ‘밥상’처럼 이어진다는 것. 누군가를 먹이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함께 나누는 일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것.
감동인가 과잉인가, 엇갈린 반응과 시청자의 시선
물론 모든 시청자가 같은 감정을 느낀 건 아니다. “너무 과잉된 감정선이었다”라는 비판도 있고, “캐릭터의 변화가 너무 갑작스럽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일부 장면은 다소 신파적으로 읽히기도 했고, 충섭과 금명의 결혼 서사가 전형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이 비판들조차 이 드라마가 감정을 진심으로 드러냈다는 방증이 아닐까. 누군가는 그 감정에 몰입했고, 누군가는 거리감을 느꼈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많은 이들이 울었고, 누군가는 오래된 부모님을 떠올렸다.
끝내 말을 건네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우리에게 남긴 것
<폭싹 속았수다>는 그 제목처럼, 처음엔 낯설고 이상했다. 하지만 16화가 끝날 때쯤 우리는 알게 된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말들, 못다 한 대화들, 그리고 끝내 하지 못했던 사랑의 방식들을 이 드라마는 대신 살아주었다는 것을.
4막은 그 모든 이야기의 정점이자 작별이다. 겨울은 그렇게 도착하고, 그렇게 떠난다.
하지만 그 겨울이 남긴 온기는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다. 그것이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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