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오늘만 특가'? 허위 할인 마케팅의 민낯을 파헤치다
“오늘만”, “지금 바로”, “곧 종료”, “마지막 찬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문장들이지만, 정작 우리는 그것이 언제까지 계속되는 ‘오늘’인지, 무엇이 ‘곧’인지를 따져 묻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명품 플랫폼의 거짓·과장 광고를 적발했다는 보도, 단지 몇 개 업체의 법 위반을 넘어서 현대 상업 광고의 전반적인 기만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소비자는 매일같이 '기간 한정', '오늘만 특가'라는 광고에 노출된다. 하지만 상시 할인 구조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공정위의 제재를 통해 반복되는 거짓 마케팅의 실태와 소비자의 권리에 대해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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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트잇은 3년 넘게 "초특가 타임세일", "세일이 곧 끝나요"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할인 마케팅을 지속해 왔다. 문제는 같은 상품이 동일한 조건으로 계속 세일 중이었다는 점이다. 특정 기간에만 제공되는 ‘한정 혜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상시 세일이었음에도 소비자들은 마치 마지막 기회처럼 구매를 유도당했다.
이런 ‘상시 타임세일’은 심리적 긴장감을 유발해 즉각적인 구매로 소비자를 몰아넣는 전형적인 압박 마케팅 기법이다. 이는 명백한 표시광고법 위반이며, 공정위는 이를 ‘거짓·과장의 부당 광고’로 규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실제로 대형 오픈마켓이나 패션 플랫폼, 심지어 홈쇼핑과 온라인 서점까지도 ‘기간 한정 할인’을 외치며 매주, 매일, 거의 상시적으로 ‘한정’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G마켓, 11번가, 쿠팡의 앱 화면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오늘만”, “시간 한정”, “품절 임박”이 등장한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한 달 간 이어지고, ‘시즌 오프’는 새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연장되곤 한다.
이쯤 되면 ‘한정’은 무기한이고, ‘특가’는 정상가에 불과하다. 소비자는 스스로 합리적인 쇼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마케팅 전략에 포획된 채 ‘지금 사야 손해가 아닌 것 같아’라는 공포에 움직이는 자동 기계에 가깝다.
이번 제재에서 머스트잇은 ‘사이즈 미스’는 청약철회가 불가하다는 문구를, 트렌비는 ‘중고 상품은 수령 후 1일 이내만 반품 가능’이라며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법은 3개월 내 청약철회가 가능함을 보장하고 있다. 소비자는 단지 ‘정보 부족’으로 권리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은 의도적으로 권리 행사의 가능성을 축소하거나 숨기고 있다.
공정위가 지적했듯, 이런 행위는 법적 위반일 뿐 아니라 구조적 억압이다. 단순한 반품 제한이 아니라, ‘구매 후에는 너의 책임’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소비자 책임론을 강화한다. 이는 소비자를 ‘지불 후 침묵하는 존재’로만 인식하는 상업주의의 민낯이다.
물론 이 구조에 전적으로 희생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오늘만 특가’임을 알면서도, 어쩐지 손해 보기 싫어 클릭을 누른다.
쿠폰 만료일을 보고 일부러 구매할 명분을 만든다. 사실 ‘속고 있는 줄 알면서도 속는’ 것은 현대 소비자의 자조적 습성이다.
즉, 소비자 역시 이 거짓 구조의 무지한 피해자가 아니라, 때로는 공모자이기도 하다. 과소비는 단지 과잉 마케팅의 결과물이 아니라, 피로와 불안, 외로움을 메우기 위한 현대인의 감정 소비 방식이기도 하다. 광고가 자극하는 것은 합리성보다, ‘지금 이걸 사야 내일의 내가 덜 초라할 것’이라는 감정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직한 광고는 과연 가능한가? 물론 모든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이상, ‘완전히 중립적인 광고’는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오늘만", "마지막", "곧 품절"이라는 언어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에 대한 감시와 질문은 필요하다.
광고는 반드시 감정을 자극할 수밖에 없지만, 그 자극이 사실의 왜곡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격 할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의 투명성이다. 소비자가 ‘현명한 소비’를 하려면, 먼저 ‘속이지 않는 정보’를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권리는 단지 ‘반품할 권리’에 머물지 않는다.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권리다.
그리고 그 구조는 기업의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감시 위에 세워진다.
우리는 더 이상 ‘오늘만 특가’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문제는, 믿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클릭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은 다소 불편하게 남겨진다. "정말로 필요한 것만을 사는 일이, 이렇게까지 어렵고 드물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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