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콘클라베》 교황 선출의 밀실, 신념과 욕망이 교차

시대作 2025. 3. 24.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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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출의 밀실, 신념과 욕망이 교차하는 정치 드라마

영화 《콘클라베》는 교황 선출이라는 밀실 정치의 공간을 통해
신념과 욕망, 확신과 의심이 교차하는 인간의 내면을 그려낸다.
가장 폐쇄적인 공간이 열릴 때, 교회와 권력의 본질 또한 변화한다는 은유가 깃든다.
이 글은 그 밀도 높은 드라마 속에서 신의 자리와 인간의 감정을 다시 읽는다.

 

 

콘클라베

 

 

1. 열쇠로 잠긴 방, 전쟁보다 긴장된 공간

가장 조용한 전쟁은 가장 성스러운 공간에서 시작된다. 교황이 서거하고, 세상에서 가장 밀폐된 회의가 열린다.
《콘클라베》는 신의 이름으로 권력을 선출하는 의식이 어떻게 인간의 욕망과 불안으로 점철되는지를, 정제된 감각과 묵직한 서사로 그려낸다.
정치는 종교를 닮았고, 종교는 정치처럼 작동한다. 이 영화를 보며 그런 현실의 거울을 응시하게 된다.

 

2. 인물 구조와 대립 구도: 로렌스, 벨리니, 베니테스

콘클라베(Conclave), 라틴어로 ‘열쇠로 잠긴 방’이란 뜻. 그 이름처럼, 시스티나 성당의 문은 닫히고 108명의 추기경이 교황 선출을 위해 고립된다.
단장 로렌스(랄프 파인즈)는 자신이 아닌 '더 나은 인물'을 지지하려 하지만, 점점 흔들린다.
진보 성향의 벨리니(스탠리 투치), 보수파 테데스코(세르조 카스텔리토), 흑인 교황의 가능성을 지닌 아데예미(루시언 음사마티),
그리고 비밀리에 임명된 인 펙토레 추기경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스)까지—정치는 곧 신념이자 감정의 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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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확신’보다 ‘의심’을 택하는 신앙의 딜레마

영화 <콘클라베>는 스릴러처럼 긴장감을 쌓아가지만, 그 중심엔 철학이 놓여 있다.
“확신은 포용의 적이다”라는 로렌스의 연설은 종교를 넘어 모든 이념의 경직성을 흔든다.
신의 이름으로 말하는 모든 확신에 대해, 영화는 조용히 물음을 던진다.
믿음은 오히려 의심과 함께 걸어야 비로소 살아 있다는걸, 이 영화는 천천히 보여준다.

 

4. 폭발과 개방: 닫힌 공간에 스며든 빛과 바람

영화의 중반, 외부의 폭발로 인해 콘클라베의 창문이 깨지고, 그 틈으로 빛과 바람, 새소리가 흘러든다.
이 장면은 그냥 해프닝이 아니다.
수세기 이어온 교회의 폐쇄성이 물리적으로 열리는 순간이며,
가톨릭이 외부 세계와 다시 연결되어야 함을 상징하는 전환의 순간이다.
고요했던 회의장은 그제야 진짜 변화의 문을 연다.

 

콘클라베

 

 

5. 거북이와 수녀: 침묵 속 상징의 움직임

베니테스는 처음 등장하며 수녀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기도한다.
그 순간 수녀 아녜스는 미소 짓고, 마지막 장면에서 수녀들은 문을 열고 사제들의 영역으로 발걸음을 내디딘다.
이는 <콘클라베>의 연출을 넘어,
여성들이 지켜보던 권력의 구조가 이동하고 있음을 조용히 보여준다.

거북이 역시 인상적이다. 땅과 물을 오가는 이 생명체는 변화와 전환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전 교황이 아끼던 거북이와의 교감은 로렌스가 새 시대를 받아들이는 한 장면으로 완성된다.

 

6. 인노켄티우스(Innocentius)라는 이름이 품은 선언

 

새 교황으로 선출된 베니테스가 택한 이름은 ‘인노켄티우스’, 즉 ‘무결한 자’.
그러나 이는 완전함에 대한 자만이 아닌, 무결함을 갈망하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는 권좌에 올라 군림하려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빛나게 만들기 위한 존재가 되기를 선택한다.

 

7. 신념이 멈춘 곳에서, 질문은 시작된다

 

《콘클라베》는 신성과 제도, 인간과 신념의 모순을 동시에 껴안는다.
확신보다는 의심, 권위보다는 회복, 폐쇄보다는 개방.
이 영화가 말하는 교회의 미래는 혁명이 아니라, 고백이다.

 

마치 열린 창문 사이로 스며든 빛처럼,
《콘클라베》는 우리 안의 닫힌 방을 조용히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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