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AI 기본법 시행: 창작자·산업계 충돌, 국내외 갈등과 법의 명암
2026년 1월 시행되는 AI 기본법이 게임 산업, 창작자, 글로벌 법제화 흐름 속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살핀다. 각 산업군과 예술계가 직면한 갈등, AI 규제의 불균형성, 그리고 제도적 보완점까지. 해외 사례와 비교해 한국의 입법적 위치와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AI 기본법의 주요 내용
2025년 1월부터 시행될 '인공지능 기본법'은 AI 기술의 윤리성과 안전성을 법제화한 첫 사례다. 핵심은 AI를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사전 고지를 의무화하는 조항이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은 또한 AI 시스템이 사회에 미칠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기업이 자체적으로 갖추도록 요구한다.
고위험 AI에 대해선 별도 규제안이 적용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고 의무가 부여된다. 이러한 규율은 단지 기술적 통제를 넘어, 사회적 신뢰 구축을 지향한다. 규제 대상은 챗봇이나 콘텐츠 생성형 AI뿐 아니라, AI가 제작 과정에 관여한 모든 창작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따라 단순 음성 합성, 배경 이미지 생성도 법적 감시망에 들어온다. 고지와 투명성은 기술의 그림자를 드러내는 방식이지만, 동시에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럽연합의 ‘AI Act’를 연상시키면서도, 시행 시점은 한국이 더 빠르다. 이는 국제적 선도라기보다 실험에 가까운 강행이다. 기술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그 불신을 제도화하는 기묘한 감수성의 산물이다. 법의 입법 취지는 ‘신뢰 기반 조성’이라 명시되었으나, 그 실체는 기술의 자율성에 대한 경계선 긋기인 셈이다. 명확성과 유연성 사이에서, 법은 아직 자기 몸을 다듬지 못한 형상이다.
게임 산업과의 갈등
게임 업계는 이 법안이 창작의 자율성을 억누를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디 게임사와 중소 규모 개발자들은 법의 무게가 기술보다 사람에게 떨어질 것이라 본다. AI 도구는 비용을 절감하고 창작 시간을 단축해 주는 도구였지만, 이제는 신고의 대상이 되었다. 대형 게임사보다 민감한 건, 바로 이 작은 창작 주체들이다.
‘위험관리체계’라는 말은 거대 플랫폼에겐 일상이겠지만, 수명이 짧은 인디 프로젝트엔 과잉이다. 고지 의무는 도덕적 투명성을 요구하지만, 창작물의 경계가 모호한 게임에선 해석의 논란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배경 음악에 AI 보조가 일부 개입되었을 경우도 고지 대상이 되는가. 혹은 캐릭터 표정 생성에 AI 기술이 잠시 사용되었다면, 사용자에게 이를 알리는 것이 창작의 어떤 책임인가.
게임은 시각과 청각의 종합 예술이며, 그 내부 로직은 서사 못지않게 복잡하다. 이러한 특수성은 일괄 규제로 포섭되기 어렵다. 법은 기술을 ‘도구’로 보지 않고 ‘행위자’로 판단한다. 그러나 게임 개발자는 여전히 그 도구를 이용해 감정과 세계를 구축하는 인간이다. 규제가 기술을 대상으로 삼는 듯하지만, 실상은 인간의 상상력에 고삐를 채우는 셈이다. 창작의 자유와 공공의 책임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게임은 시험대에 올랐다.
창작자 단체와의 대립
반면, 창작자 단체는 AI 기본법에 대해 전혀 다른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AI 학습 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AI가 학습한 창작물이 누구의 것인지 밝히는 것이 공정성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창작물은 무형의 자산이며, AI는 그것을 가공 없이 삼켜 재생산한다. 법은 AI 기술의 ‘결과’를 감시하지만, 이들은 그 ‘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데이터셋이 불투명하게 전개된다면, 창작자의 권리는 언제든 침해될 수 있다. 2025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제도개선 협의체를 발족했다. 학습 데이터 목록 공개는 그 첫 논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가 아니라 ‘복원’하려는 시도다. 창작자 단체는 AI에 창작물은 ‘자원’이 아닌 ‘재산’임을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감정의 호소가 아니라, 법적 근거에 기반한다. 기술이 아닌 창작이 사회의 뿌리라는 선언이다. 그러나 AI 기업들은 이에 반발한다. 영업 비밀 노출, 기술 발전 저해 등의 이유를 들며 공개를 거부한다. 이 갈등은 법이 품은 불완전한 해석의 틈에서 자란다. AI는 아직 저작권법 아래 정체가 모호한 존재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
유럽연합은 ‘AI Act’를 통해 고위험군 AI에 대한 규제를 이미 체계화하고 있다. 의료, 법률, 금융 등 인간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주 규제 대상이다. 한국의 기본법과 유사하지만, 분류 체계의 정교함은 유럽이 앞선다. 유럽은 위험군 분류 외에도 ‘데이터 품질’과 ‘투명성’, ‘감사 가능성’을 명시했다.
특히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설계 의도를 공개하라는 조항은 윤리적 접근이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자율 규제를 선호한다. 기업의 기술 주도권과 시장의 자유를 중시하는 전통 때문이다. 중국은 국가 주도형 통제를 강화하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에 둔다. 규제의 목적이 신뢰인지, 통제인지, 혹은 전략적 우위 확보인지에 따라 방향이 다르다.
한국은 이 중간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규제는 강경하지만, 설계는 미완이다. 2026년 1월 시행을 앞두고도 세부 지침은 아직 공포되지 않았다. 법은 추진 중이지만, 운용은 해석에 달렸다. 해외는 AI를 다루는 ‘법의 철학’을 논의하는 반면, 한국은 ‘법의 장치’에 머물러 있다. AI 법제화의 국제적 논의 속에서, 한국의 위치는 실험실인지 전초기지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확실한 건, 한국이 먼저 법의 첫 장을 펼쳤다는 사실이다.
문학·예술 등 창작 영역에서의 갈등
AI 기본법의 여파는 게임 산업을 넘어 문학과 미술, 음악 등 창작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예술의 영역은 감정과 사유의 내밀한 흔적을 품고 있기에, 기계의 개입은 더 치열한 논쟁을 불러온다. 특히 문학에서는 AI가 쓴 문장을 창작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부상했다. 시는 인간의 고통과 구원, 참회와 절제 사이에서 태어난다. 그 언어를 흉내 내는 기계가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작가들은 회의적이다.
한편, 일부 예술가들은 AI를 도구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창작의 경로를 실험하고 있다. 이미지 생성 AI는 기존 회화 양식을 모방해 새로운 형태를 빚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질문은 남는다. 원작을 학습한 AI가 그 창작자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 결과물을 만든다면, 이는 모방인가 표절인가.
음악계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이어진다. AI가 특정 작곡가의 스타일을 학습해 유사한 곡을 만들어냈을 때, 청중은 감탄하지만 원 창작자는 분노한다. 예술계 일부는 AI를 시대의 불가피한 흐름으로 받아들이려 하지만, 다른 일부는 창작의 존엄을 침식시키는 위협으로 본다. 이 갈등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이란 행위의 본질에 대한 해석 차이다. 법은 아직 이 갈등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논쟁의 불씨를 심고 있을 뿐이다.
AI 기본법의 평가와 제언
AI 기본법은 규제의 장벽이자 제도적 실험이다. 기술의 무한 확장을 제어하려는 국가의 첫 시도지만, 그 형상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초벌 그릇에 가깝다. 분명 이 법은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의 형식은 정교함보다 서두름에 가깝다. 고지 의무나 위험관리체계는 도입 초기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중소 창작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제도 설계의 맹점이다.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기업은 위험 관리를 체계화할 자원이 있지만, 개별 창작자는 법 앞에서 취약하다. 어쩌면 기술 윤리를 위한 법이 아니라, 기술 자본을 위한 정비일 수도 있다. 또한 법은 윤리와 창작의 경계에서 우왕좌왕한다.
신뢰 구축이라는 이름으로 창작의 자율성을 구속한다면, 그 법은 누구의 신뢰를 위한 것인가. 창작자는 AI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AI를 규제하는 법의 손길이 더 낯설고 조심스럽다. 이 법이 살아 있는 제도로 남기 위해서는, 기술을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과 기술이 공존할 수 있는 설계를 담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규제가 아니라 조율이다.
AI 기본법 핵심 요약 및 국내외 비교
항목 | 대한민국 | 유럽연합(EU) | 미국 |
---|---|---|---|
법 명칭 | 인공지능 기본법 | AI Act | 자율 가이드라인 중심 |
주요 규제 대상 | AI 사용 고지, 위험관리체계 구축 | 고위험군 AI, 데이터 투명성 | 자율 규제, 산업 주도 |
시행 및 구속력 | 2026년 1월 시행 (2025년 7~8월 시행령 공포 예정) | 2026년 예정 (합의 완료) | 법제화 미완, 연방별 상이 |
학습 데이터 공개 | 논의 중 (창작자 단체 요구) | 의무 포함 (윤리성 강조) | 선택적 공개 (기업 자율) |
벌칙 조항 | 고지 위반 시 3천만 원 이하 과태료 | 벌금 및 서비스 금지 가능 | 벌칙 규정 미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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