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프로야구 전 구장 경기 취소, 무슨 일?
창원 NC파크 참사
관중의 죽음이 드러낸 ‘천만 관중 시대’의 민낯
“야구를 보러 간 자리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2025년 3월 29일 오후, 창원NC창원 NC파크에서 벌어진 구조물 낙하 사고는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에게 ‘안전사고’ 이상의 충격을 안겼다. NC와 LG의 주말 경기 도중, 3루 매점 인근 외벽에서 추락한 알루미늄 루버 구조물이 20대 여성 A 씨와 동생을 덮쳤고, A 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중 끝내 숨졌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관중 사망 사고’라는 참극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 사건 여파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례적으로 4월 1일 예정됐던 전 구장의 1군 및 2군 경기 모두를 취소했고, 창원에서 예정됐던 NC-SGG 3연전도 연기했다. ‘천만 관중 시대’라 불릴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자랑하던 한국 프로야구였다. 안전 불감증이라는 날 것의 현실 앞에 무너져 내렸다.
“누구의 책임인가?” 구단과 지자체의 책임 공방
사고 발생 직후부터 가장 큰 논란은 ‘책임의 주체’에 집중되었다. 사고가 발생한 구조물은 창원시 소유 야구장의 일부이며, NC 구단은 이를 임대 사용 중이다. 창원시 시설공단은 해당 루버가 정기 점검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NC 구단은 일상적 유지 관리는 자신들의 몫이지만 본질적 관리 책임은 공단에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안전 사각지대’는 양 기관 간의 모호한 관리 책임 속에 방치된 것이었다. 17.5m 높이의 외벽에서 무게 60kg 이상으로 추정되는 루버가 떨어졌다는 것은, 설계 단계부터 유지 관리 체계까지 전반적 안전 시스템이 무너져 있었다는 방증이다.
“애도는 시작일 뿐, 책임은 구조에 있다”
KBO는 4월 1일부터 3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선수단 근조 리본 착용, 응원 자제, 경기 전 묵념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NC 구단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사과를 전했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가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문제는 사고를 수습하는 데 있지 않다. 수익 중심의 운영 시스템이 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낸 구조적 현실에 있다. 매 시즌 ‘천만 관중’이라는 기록 달성을 외치며 인기와 흥행을 자랑했지만, 정작 그 인기를 담아낼 ‘그릇’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셈이다.
“무엇이 뒤처졌는가?” 외형에 가려진 기본
야구장은 수많은 사람이 찾는 공공시설이며, 경기장 안팎의 구조물은 모두 관객의 생명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창원NC파크와 같은 최신식 구장에서 구조물이 낙하했다는 것은, 건축과 시설관리, 점검 체계 전반이 ‘인기 스포츠’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수준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극심한 더위 속 관중들이 온열 질환에 시달리던 상황에서도 냉방 대책이나 응급조치 체계가 미비했던 점을 떠올리면, 야구계 전반이 흥행에 도취 되어 기본을 망각한 ‘운영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제도와 철학의 전환
이번 사고는 창원NC파크 구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KBO가 전국 10개 구단과 함께 경기장 정밀 점검에 착수했지만, 일회성 점검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기적이고 객관적인 제삼자 안전 진단 체계 도입, 명확한 시설 책임 주체 지정, 사고 발생 시 즉각 대처할 매뉴얼 구축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팬을 바라보는 관점이 소비자가 아닌 ‘생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응원 없이 조용히 경기를 시작하고, 근조 리본을 달아 추모하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구단, KBO, 지자체, 그리고 관련 산업 전체가 이 사건을 ‘경고’가 아닌 ‘변화의 기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관객이 죽은 자리에서 야구가 재개된다는 것
4월 2일, 다시 경기가 열린다. 묵념 후 플레이볼. 우리는 이 죽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팬은 단지 입장료를 내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있어야 야구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야구는 다시 시작되겠지만, 더는 같은 자리에 서 있어선 안 된다.
이번 사고는 프로야구가 진정 ‘국민 스포츠’가 되기 위해 어떤 기본을 챙겨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 뼈아픈 교훈이다. 애도 이후, 이제 진짜 개막은 ‘책임’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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