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천년을 태운 봄
잿더미가 된 고운사와 우리가 놓친 불씨들
산불은 왜 매년 반복되는가?
2025년 3월,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불길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며 영남권 전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번 산 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의 성격이 강합니다. 불씨는 사람이 남겼고, 바람은 그것을 날랐습니다. 그리고 마을과 문화유산, 사람의 삶까지 태워버렸습니다.
산불 발생 및 확산 경로 요약
- 발생 시점: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최초 발화
- 확산 지역: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봉화, 경주 등 7개 시군
- 현재 상황: 봉화·경주 제외한 지역은 아직 주불 미진화
- 풍속: 순간 최대 풍속 27m/s, 오후부터 기온 20도 이상으로 재확산 우려
피해 현황 – 수치보다 아픈 이야기
- 사망자: 총 18명 (안동 2, 청송 3, 영양 6, 영덕 7)
- 이재민: 23,491명 (안동 6,937명으로 최다)
- 시설 피해: 우체국, 교회, 과수원, 창고 포함 257개소
- 문화재 피해:
- 고운사 연수전·가운루 전소
- 운람사 전소
- 만휴정 피해
- 하회마을과 봉정사, 긴급 방어 및 유물 이송
교통·기반시설 영향
- 철도 중단: 중앙선 일부 열차 운행 중단
- 도로 통제: 당진영덕고속도로 일부 양방향 차단
- 대기오염 및 연기: 가시거리 제한, 고립자 발생
산불의 원인 – 불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이번 산불의 원인은 모두 ‘실화’로 확인되었습니다.
- 예초기 불꽃
- 쓰레기 소각
- 농막 용접 중 불똥
- 과자 봉지 소각 등
문제는, 실화자가 특정돼도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입니다. 최근 5년간 산불 2108건 중 실형은 고작 43건(2.03%), 2024년에는 징역형 선고 0건에 그쳤습니다.
우리가 놓친 불씨 – 산촌 고령자들의 현실
실화의 주체는 대부분 고령층이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불을 삶의 도구로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현대 사회는 그들의 방식에 경고만 남기고, 대안도, 손길도 건네지 않았습니다.
고령자 산불 관련 복지 사각지대
- 정보의 단절: 디지털 중심 경고체계
- 대체 수단 부족: 쓰레기 수거·예초 대행 없음
- 법적 책임만 강조: 구조적 방치 속에서 개인 책임만 추궁
실질적 대책 – 이제는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막아야 할 때
- '불 사용 사전 신고제' 및 대행 서비스 도입
→ 고령자 대상, 불 작업 시 지자체 신고 및 안전 대행 인력 지원 - '산촌 안전관리 전담 인력' 채용
→ 농촌 돌봄 + 산불 감시 결합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 '생활거점 화재경보 시스템' 설치
→ 마을회관·정류장에 화재 경고 방송 시스템 구축 - 1:1 방문 교육 + 안전키트 보급
→ 고령자 대상 실화 예방 직접 교육 및 소화기, 보호장비 제공 - 법 개정 통한 예방 중심 구조 마련
→ 형벌보다 예방·대응을 중시하는 법적 환경 조성
잿더미 속에서 다시 피어날 삶을 위해
이번 산불은 숲만 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천년을 지켜온 사찰의 지붕을 허물었고, 한 사람의 평생이 쌓인 삶터를 불태웠으며, 그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이지 않는 이들을 놓치고 있었는지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불은 늘 바람을 타고 멀리 갑니다. 하지만 그 바람을 부른 것은 어쩌면 무관심의 세월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오래된 습관처럼 불을 지폈고, 누군가는 그 위험을 알고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불길 앞에서야, 소외된 손들, 경고 없는 구조, 방치된 일상에 대해 뒤늦게 눈을 떴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누구 탓”만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부주의를 경계하며, 함께 돌보고 연결되는 사회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안내 방송 한 줄이 닿지 않는 골짜기에도, 불씨보다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제도와 손길이 퍼져야 합니다.
산림청의 노력, 소방당국의 헌신, 주민들의 절박한 대응은 숱한 비극을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한계 또한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불길을 쫓는 속도보다, 그 불씨가 피기 전의 고요를 감지할 수 있는 정교하고 촘촘한 예방의 감각이 먼저여야 합니다. 불씨가 번지기 전에 알아차리는 감각, 불이 피기 전에 함께 끄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잿더미 위에도 다시 꽃은 핍니다. 하지만 그 뿌리가 되려면, 이제 우리 모두가 더 깊은 연대와 세심한 관심으로 서로를 붙들어야 합니다. 불을 막는 일이, 곧 사람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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