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한강 비롯한 문학인들, 광장에서 탄핵 시국선언

시대作 2025. 3. 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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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언어, 다시 광장에 서다: 414명 작가의 시국선언

 

 

 

2025년 3월, 문학의 언어가 다시 광장으로 나왔다. 한 문장, 하나의 목소리로. 시와 소설, 평론과 아동문학, 그림책과 만화까지. 장르와 세대를 초월한 414명의 작가가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외쳤다. 이들의 이름 뒤에는 어떤 당파도 없고, 명령도 없다. 다만 훼손된 일상, 위태로운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작가로서 양심’만이 존재했다.

 


1. 한 줄 성명의 무게: 예술가의 언어가 정치가 되는 순간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첫 공개 발언을 한 소설가 한강은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라고 짧게 적었다. 그 한 줄은 냉정한 문장의 칼끝으로, 이 시대의 정당성과 윤리의 축을 겨누었다. 시인 김혜순은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 달라”는 외침으로, 문학이 외면당하는 시대에 작가로 살아가는 수치와 통증을 토로했고, 송경동 시인은 ‘헌정 파괴’를 규탄하며 단식 15일째를 버티고 있었다. 이들이 쥔 펜은 더 이상 창작의 도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붕괴를 기록하는 검시용 붓이 된 셈이다.

 

 

2. 계엄령과 내란, 문학은 침묵하지 않는다

 

이 성명은 단순한 ‘정치적 입장’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이는 한 사회가 ‘상식의 말문’을 잃어버린 순간, 침묵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문학이 어떻게 일어서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히 작가회의나 대규모 단체의 주도 없이, 작가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연명한 이 사건은 문학계 안팎에서 전례 없는 연대의 형태로 기록될 것이다.

 

한강 작가의 메시지

 

 

3. “속도가 정의다”: 헌법재판소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

 

그 연대는 단지 반대를 외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왜 지금의 사태가 “내란”이며, “헌정 유린”인지를 분명하게 증언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 지연은 더 이상 단순한 법적 절차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것은 국민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하는 지체된 정의이며, 동시에 자의적 권력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침묵이다. 작가들은 이를 “업무 과실”이라 명명했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날카롭게 선을 그었다.

 

4. 독재의 언어를 겨눈 펜: 헌법과 예술의 경계에서

 

이러한 주장에는 정치적 경계와 무관한 보편적 원칙이 담겨 있다. 윤석열 정부의 문제는 단지 특정 정파의 실책이 아니라, 계엄령이라는 시대착오적 도구를 통해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한 행위라는 데 있다. 더군다나 ‘무장 군인의 동원’, ‘총을 왜 안 쏘았냐?’는 경호 지시 등은 독재적 충동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증표다. 이는 공포 정치의 과거로 회귀하려는 신호탄이자, 한국 사회의 자유와 평화를 다시금 겨눈 조준선이다.

 

📉 김별아 작가, 4월 18일 조선일보 칼럼 비판적 고찰: 포스팅 보러가기

 

5. 시인의 외침, 작가의 증언: 침묵하지 않는 문학

 

시인 허은실은 “나는 요구한다, 시인의 이름으로”라고 말했다. 이는 단지 시를 쓰는 사람의 외침이 아니다. 이 시대의 언어가 더는 침묵을 강요당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이 마당에 책이 뭐람, 예술이 뭐람”이라 토로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문장은 모든 창작자에게 던지는 뼈아픈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 이 땅의 작가는 글을 쓰기보다 생존을 고백하고, 문학은 허구보다 진실을 더 간절히 말하고자 한다.

 

한국작가회의

 

6. 민주주의의 예언자들: 한국 문학의 연대와 계승

 

역사는 늘 예술가의 예언으로부터 미래를 들었다. 독재는 기억을 지우려 했지만, 시는 이름을 남겼고, 소설은 인간의 존엄을 복원해 왔다. 오늘날 414명 작가의 한 줄 성명은 그 전통의 가장 현대적인 계승이다. 그들은 전진하는 시대를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앞에 서서 물었다. 이 나라에서 예술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여전히 가능한가, 그리고 헌법은 누구의 편인가.

 

7. 헌재는 응답하라: 문학의 윤리가 요구하는 마지막 문장

 

지금, 헌법재판소는 답해야 한다. 이는 단지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이 땅의 작가들이 목숨처럼 지켜온 ‘언어의 윤리’에 대한 응답이다. 한국 문학은 다시금 기록한다. "속도가 정의다." 지체된 정의는 부패한 정치의 연장이며, 지금의 선택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사회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권위주의 사회인지 가늠하는 중대한 기로다.

 

그리고 그 첫 문장은 이미 쓰였다. 작가들의 펜으로. 광장의 종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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