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강진 피해 눈덩이처럼 커져: 국제적 지원 이어져
1. 무너진 대지 위에서 마지막으로 들려온 것
2025년 3월 28일, 미얀마 중부에 가해진 단 한 번의 거대한 진동이 113년 만에 대지를 가르며 도시를 허물고, 삶을 파괴했다. 만달레이는 그 중심에서 고요를 잃었고, 정적이 깃들던 사원마저도 흙먼지 속에 주저앉았다. 순간적인 진동이 건물을 붕괴시키고, 그 속에 갇힌 사람들의 신음이 잔해 속에서 스며 나올 때, 누군가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외쳤다. “살려줘요, 제발 도와줘요.” 그 말은 한 국가의 고통이, 한 시대의 불안이, 한 인간의 존엄이 무너진 자리에서 터져 나온, 생존의 최후 바람이었다.
미얀마군부가 공식 발표한 사망자 수는 694명, 부상자는 1,670명에 달했으며, 그 수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비극적인 숫자로 불어나고 있다. 숫자는 냉정하지만, 그 숫자 속에는 이름이 있었고 얼굴이 있었으며, 누군가에게는 끝내 찾아오지 못한 마지막 포옹이 있었다.
2. 장비도, 전력도, 도로도 없는 구조 현장
도시는 무너졌지만, 절망은 멈추지 않았고, 구조는 곧바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구조는 체계도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인간의 손과 손, 눈물과 눈물로 이어져야 했다. 한 자원봉사 구조대원은 BBC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맨손으로 (잔해를) 파내면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시신들을 수습하고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려면 이걸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도와줘요, 도와줘요’ 하고 울부짖는다. 정말 희망이 없는 느낌이다.” 그가 말하는 희망 없음은 구조 기술의 부족에서 오는 한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 나라가 너무 오랫동안 고립됐고, 외면되어 왔으며, 그 고립의 결과로 이제 인간 생명이 구조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오는 무기력함이다.
만달레이 종합병원은 부상자들로 가득 찼고, 병원 자체가 균열로 인해 위태롭게 서 있었다. 병원 바깥에서는 수술을 기다리는 이들이 줄지어 누워 있었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울음도 삼키지 못한 채 공허한 눈으로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와도 누구도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고, 가족과 친구가 사라진 자리엔 침묵과 공포가 교차했다.
3. 신도 무너진 자리에서
지진은 미얀마의 역사와 정신이 깃든 곳, 불교의 성지로 알려진 바간의 수천 개 불탑과 사찰까지 무너뜨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공간은 미얀마인들에게 단지 문화재가 아닌, 영혼이 머무는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그 신성한 공간조차 예외로 두지 않았다. 불탑이 무너지고, 사원은 갈라졌으며, 신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기도는 대피로 바뀌었고, 향의 연기는 절망으로 스러졌다. 이 땅에선 이제 신보다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필요했다.
4. 고통은 국경을 넘고, 생명은 거리에서 태어난다
여진은 미얀마 국경을 넘어 태국 방콕까지 도달했다. 고층 건물은 흔들렸고 병원은 혼란에 빠졌으며, 환자들은 휠체어 아니면 들것에 실려 황급히 옮겨졌다. 이마저도 모자라서 사람들은 팔과 다리를 붙잡고 서로를 등에 업어 대피했다. 그 순간에도 생명은 멈추지 않았다. 한 임산부는 병원 밖 거리에서, 들것 위에 누운 채 의료진에 둘러싸여 출산을 맞이했다. 세상은 혼란에 휩싸였고 건물은 흔들렸지만, 생명은 가장 약한 자리를 비집고 나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5. 고립의 정권도 끝내 손을 내밀었다
미얀마 군정은 쿠데타 이후 외부 세계와 단절을 선택해 왔다. 그들은 언론을 차단했고 인터넷을 통제했으며, 시민의 목소리를 억눌러왔다. 그러나 지진 앞에서는 그 어떤 체제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정 최고사령관은 28일, “사망자와 부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모든 국가와 모든 조직의 도움과 기부를 받겠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완강하던 정권이 외부의 도움을 요청한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환점이자, 절망의 깊이를 반증하는 신호였다.
6. 세계는 움직였고, 윤리는 경계를 넘었다
그간 미얀마군부와 거리를 두어온 서방은 이번만큼은 인도주의라는 이름으로 주저 없이 팔을 걷어붙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진은 끔찍한 일”이라며 지원을 약속했고, 유럽연합은 긴급위성을 통해 구조 정보를 제공하며 더 많은 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초기 긴급 지원으로 500만 달러를 투입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의료진과 구조대를 태운 항공기를 급파했다. 그들은 미얀마 체제를 돕기 위해 움직인 게 아니다. 고통받는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움직였다. 고립된 땅에서 부서진 삶을 건져내기 위해, 정치적 태도를 일시적으로 접고, 인간으로서의 본질에 응답한 것이다.
7. 그러나 구호의 손길은 모든 이를 향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미얀마에 도달하고 있지만, 그것이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닿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제앰네스티는 군정이 반군 지역이나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에 구호물자를 의도적으로 보내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했다. 지진 앞에서도 정치가 개입되고 구조의 대상이 선별되는 현실. 참극은 자연이 만들었지만, 고통의 불균형은 인간이 다시 쌓아가고 있었다.
8. 한국 사회는 이 거울 앞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한국은 지금 국경 너머의 재난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최근 강원과 경남을 덮친 대형 산불은 우리의 재난 대응이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주었고,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의 비극을 강 건너 불구경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 누군가의 고통에 손을 내미는 방식은, 곧 우리의 미래에 대한 예행연습일지도 모른다.
9. 재난은 거울이다
지진은 특정한 땅만을 흔들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과 체제의 진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의식을 함께 흔든다. 누군가를 향한 연대는 선의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지구에서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윤리다. 오늘 미얀마를 외면하지 않는 것, 내일 우리의 울음 역시 외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새기는 일이다.
10. "살려줘요." 그 말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어디선가, 부서진 돌덩이 틈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그건 생존을 요청하는 음성이라기보다, 문명 자체에 구멍이 뚫렸다는 신호음이다.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 질문이 한 사람의 입에서 세상의 귓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우리는 지금, 그 소음을 신호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익숙한 침묵으로 돌아갈 것인가. 손은 어디를 향해 뻗고, 발은 누구를 지나쳐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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