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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침묵과 탄핵 지연. 민주주의의 위기

시대作 2025. 3. 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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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침묵과 탄핵 지연. 민주주의의 위기

정치의 사법화, 국민의 저항권

 

 

한때, 헌법재판소는 한국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였다. 유신과 군부의 질곡을 지나 탄생한 이 기관은, 권력의 남용을 법의 이름으로 제어하며, 억눌린 시민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사법적 양심의 최전선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헌재는 입을 다물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묵묵부답'이 아니라 '의도된 침묵'이다. 법률적 중립 뒤에 숨은 정치적 유예는 민주주의의 정맥을 서서히 조여 오고 있다.

 

붉은 배경 위에 '정치의 사법화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 메시지를 강조한 카드형 시사 이미지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 무력화되고 있는가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입법권, 행정부의 행정권, 법원의 사법권에 균형과 제동을 걸기 위해 설계된 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헌재의 기능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음에도 헌재는 심판 기일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의한 기각 유도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판결을 하지 않는 판결, 그것은 권력과 타협한 침묵에 불과하다.

 

‘최상묵 권한대행’의 불이행, 법을 어긴 자가 법을 해석하는 아이러니

헌재의 공백 상태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국회가 합법적으로 선출한 재판관의 임명을 권한대행 최상묵이 거부하거나 실행하지 않은 사건은, 헌법기관 간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헌법기관의 결정이 헌법기관 내부에서 무시되는 현실. 이는 곧 헌재 내부에서도 정치적 사보타주가 가능하다는 전례를 남긴다. 법이 무너질 때는 언제나 내부에서부터였다.

 

한덕수의 기각 정치, 법적 절차를 가장한 정치적 쿠데타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결정한 행위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가 그 효력을 기각하는 현실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더 이상 행정 수반이 아닌, 하나의 정치 주체로 작동하고 있다. 법과 권한 사이에 있던 자가 이제는 판결의 자리를 스스로 선점하고, 그 위에 앉아 있다. 이것은 사법의 탈을 쓴 정치이며, 민주주의라는 구조 자체를 파괴하는 정면 돌파다.

 

한덕수의 복귀와 국민의 힘 의원들

사법의 칼을 쥔 자들의 정당 장악

보수 정당을 장악한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은 더 이상 조율자가 아니다. 윤석열, 나경원, 김기현, 주진우로 이어지는 계보는 정치와 사법을 의도적으로 결합하며 정적 제거를 법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그들은 정의를 내세우지만, 그 정의는 심판자의 정의이지, 시민의 정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절차의 예술인데, 그들은 그 절차 자체를 사법의 칼로 잘라내고 있다.

 

헌재의 지연은 사법 불복종인가, 정치적 공모인가

지금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며, 이제 더는 행정적 문제로 볼 수 없게 되었다. 재판 지연은 결국 기각 유도를 의미하며, 그 자체로서 한 정권의 연장을 위한 사법적 공모로 해석될 수 있다. 법원이 시간과 권한을 함께 쥐었을 때, 민주주의는 속수무책으로 끌려간다. 침묵하는 판결은 유죄보다 더 무섭다. 그것은 정지된 시계처럼, 우리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부정한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제도가 아닌 규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 레비츠키와 지블랫은 말한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헌법도, 법률도 아니다. 그것은 상호 관용과 절제라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 규범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그 규범을 가진 정치인을 잃고 있다. 정치인은 검찰 고발장을 들고 법원으로 향하고, 법원은 선거의 결과를 판결로 지워내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죽음에 이르는 전형적 경로다.

 

‘정치의 사법화’가 민주주의를 부정한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모색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적 갈등을 법의 이름으로 처벌하는 방식으로 변질시킨다. 보수 진영의 파기자판요구는 사법의 최종 권한을 도구화하려는 시도이며, 유죄라는 정치적 전제를 사법기관에 강요하는 반민주적 행위다. 이것은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주권을 법적 장치로 위임받은 집단이 반대로 법을 휘둘러 주권을 억압하는 구조다.

탄핵 찬성과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집회

 

사법의 종말, 정치의 침몰

지금 한국은 정치의 사법화를 넘어 사법의 정치화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조차, 법원과 행정부의 이중 기각 때문에 그 결정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삼권분립의 구조가 무너진 것이며, 법이라는 장치를 가진 이들이 서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무정부 상태의 시작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침몰이다.

 

헌법적 대응, 국민 저항권과 국민투표제로 나아가야

이제 필요한 것은 시민의 직접 개입이다. 4·19, 6월 항쟁, 촛불 혁명은 모두 권력의 남용을 되돌린 국민 저항의 산물이었다. 법과 정치가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시민은 다시 거리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대안은 제도적 보완이다. 국민투표제를 상시화하여, 헌법기관의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는 민주적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정당의 권력이 아닌 시민의 의지를 직접 담는 장치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다시, 시민의 손으로

이제 헌법재판소가 답할 차례다. 판결이 아니라, 침묵에 답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 국회의 결정 무력화, 헌재의 탄핵 지연은 모두 연결된 사슬이다.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행위다. 그 행위는 더 이상 권력자에게 맡길 수 없다. 이제 민주주의는 다시, 시민의 손으로 돌아와야 한다. 침묵하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우리는 묻는다. “당신은 누구의 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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