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소년이 온다> 광주항쟁과 윤석열 파면

시대作 2025. 4. 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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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광주항쟁으로 바라보는 윤석열 파면

침묵과 기억의 윤리, 그리고 권력의 잔여에 대하여


 

1. 광주의 ‘소년’은 누구였는가

“죽음을 전해주는 일, 그것이 내게 맡겨진 몫이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국가가 국민을 짓밟던 시절, 폭력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윤리적 증언자의 이야기다. 소년 동호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고, 정치 구호를 외치지도 않았다. 그는 시신을 옮기고, 이름을 기록하며, 죽음의 무게를 감당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은 자다. 그 생존은 기억의 형식이 되고, 말보다 육체로 진실을 증명한다. 그에게 부여된 사명은 죽은 자들을 위한 장례가 아니라, 그들을 기억으로 되살리는 통로였다. 그의 고요한 움직임은, 역사 속 광장을 뒤덮은 피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정치의 이름으로 묻는 것 역시, 바로 그 소년이 품었던 질문에서 시작된다.

 

2. 윤석열 파면은 ‘기억의 반작용’이다

“정치는 사건이 아니라 반응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8:0이라는 수치로 간명해 보였지만, 그 안에 응축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국가의 폭력성과 시민의 무력감이었다. 이는 단순히 한 대통령의 탄핵이 아니라, 집단적 망각에 대한 반격이었다. 검찰 권력의 자의적 행위, 언론 통제, 공권력의 독점이 만들어낸 긴 구조물이 이제야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소년이 온다>에서 국가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침묵은 사라진 자들을 덮고, 기억은 무너진 신체를 통해 드러난다. 윤석열의 파면은 법리의 승리가 아니라, 그와 같은 폭력을 몸으로 기억해 온 시민사회의 지속된 윤리적 저항이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것이 오늘의 결정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정치는 결국, 얼마나 오래 기억했는가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1980년 광주항쟁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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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비롯한 문학인 414명, 윤석열 탄핵 촉구 시국선언.

 

3. ‘살아남은 자’가 대답해야 한다

“기억이 몸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나는 그를 떠나지 못했다.”

 

<소년이 온다>의 시선은 언제나 살아 있는 자들의 고통을 따라간다. 국가 폭력의 핵심은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게 하되 침묵하게 만드는 것이다. 죽은 자는 끝났지만, 살아남은 자는 매일 그 죽음을 품고 살아간다. 죄책감과 공포는 자책으로, 그 자책은 기억으로 이어진다. 살아남은 사람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다.

 

그는 기억을 전달하는 유일한 매개체이자, 잊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살아 있는 증언이다. 윤석열 시대의 시민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으로, 청년 실업자로, 고발된 공무원으로 살아남은 우리는 또 하나의 동호가 되어 폭력과 불의가 만든 폐허 속을 증언하는 중이다. 정치는 이런 몸의 기억과 대면하지 않으면, 반복될 수밖에 없다.

 

4. 조기 대선은 ‘기억의 방식’을 재편하는 거

“그날 이후로,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윤석열 파면 이후 한국 사회는 다시 선거라는 절차에 도달했다. 그러나 절차만으로 권력은 교체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의 인물들은 모두 말하는 법을 잊었다. 그들은 부끄러움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거나,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을 포기한다. 기억은 단순히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반응하고 살아 있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선거는 권력자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자신의 기억을 조직하는 행위여야 한다. 조기 대선은 민주주의의 반복이 아니라, 그 실패에 대한 회복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동호가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기억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투표보다 더 강한 정치다.

희생

 

5. 광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네가 기억하는 동안 나는 죽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상처를 품고 살아간다.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어느 순간 다시 피어오른다. 한강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그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그 고요 속에서 독자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이 기억을 견딜 수 있는가, 이 침묵을 지켜낼 수 있는가.

 

윤석열이라는 인물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공포, 기만, 분열의 언어는 여전히 이 땅 어딘가에 남아 있다. <소년이 온다>는 묻는다. 정말로 그날이 끝났는가, 아니면 우리는 단지 새로운 침묵에 들어간 것인가. 그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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