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8일, 경북 산불 진화율 현황 총정리
의성·안동·청송 피해 및 문화재 소실 상황까지
[피해 현황 요약] (2025.03.28 오전 6시 기준)
인명 피해: 사망 28명, 중상 9명, 경상 28명
이재민: 2,407세대 8,078명
산림 피해: 총 48,150헥타르 (2000년 동해안 산불 기록 초과)
시설물 피해: 주택·농업시설 등 3,481건 (주택 2,163건 포함)
문화재 피해:
의성 고운사: 21개 동 소실, 보물 ‘연수전‘연수 전’, ‘가운루’ 포함
운람사 전소, 청송 송소 고택, 사남고택, 용담사, 관덕동 석조보살좌상 전소
하회마을, 병산서원, 도산서원 등 연기 및 접근 위협 지속
지역별 진화율 (2025.03.28 오전)
의성 95%
청송 89%
안동 85%
영양 76%
영덕 65%
2025년 3월 마지막 주,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검은 재앙에 잠겼다. 경북 의성을 기점으로 번진 초대형 산불은 강풍을 타고 청송, 안동, 영양, 영덕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며 사망자 28명, 이재민 8,078명, 산림 피해 48,150헥타르, 문화재 피해 다수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산림 피해 면적으로만 보더라도 이는 2000년 동해안 산불(23,794ha)의 두 배를 훌쩍 넘긴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참사로 역사에 새겨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산불이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는 숫자로 다 표현되지 않는다. 이 불길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기억, 정신의 터전을 지운 문화적 재난이기 때문이다.
"숭례문이 불타던 그날처럼, 우리 마음도 무너졌다"
불길이 삼킨 것은 나무와 흙만이 아니었다. 의성 고운사의 전각들은 순식간에 화염에 휘말렸고, 범종은 산산이 부서졌다. 청송의 고택들과 운람사 역시 잿더미가 되었고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거센 연기에 휩싸인 채 하루하루 생존을 버텨야 했다. 불탄 문화유산 가운데는 1300년을 버텨낸 고운사,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같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그리고 조선 선비의 삶과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하회마을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단순한 충격을 넘어선 문화적 애도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어머니가 숭례문이 불탈 때 울던 모습이 생각났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이들은 “이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또 조상의 숨결을 허망하게 날려 보내야 하느냐”라고” 절규했다. 무엇보다 이번 화재는 기억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더 치명적이다.
2008년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방화로 전소된 날, 대한민국은 “문화재는 보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교훈을 얼마나 실천했는가. 문화를 지키는 일에 있어 준비는 여전히 느리고, 대응은 여전히 뒷북이다.
문화유산의 ‘방재’는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다
대한민국의 문화재는 대부분 목조건물로, 산속에 자리해 산불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2020년 이후 이상기후로 건조한 날이 길어지면서 산불 발생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음에도, 관련 부처와 지자체의 대응은 여전히 재난 이후의 복원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번 고운사 전소 사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전각의 보호 방안이 논의되었지만, 정작 산불 발생 시 초기 진압을 위한 방화선, 수막 설비, 물자 접근성은 확보되어 있지 않았다.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데 있어 ‘보존’은 더 이상 원형만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사전에 지키기 위한 구조적 준비, 즉 ‘방재’ 자체가 곧 보존의 첫 조건이어야 한다. 또한 현재 산불로 피해를 본 사찰, 고택, 서원 등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그 공간에 축적된 생활과 종교, 철학과 교육, 공동체의 기억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것은, 단순한 시설 파괴를 넘어 정신사적 단절을 의미한다.
오늘, 진화의 ‘골든타임’이 시작됐다
다행히도 오늘, 작은 희망의 빛줄기가 열렸다. 지난 밤사이 내린 비는 산불 진화를 위한 연무 제거와 습도 상승에 도움을 주었고, 산림청은 3월 28일 오전을 기점으로 헬기 88대, 진화 인력 5,500명, 차량 695대를 총동원해 주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의 평균 진화율은 85%, 특히 의성은 95%까지 진척되어 피해 확산의 고비는 넘긴 상태다. 청송과 안동도 각각 89%, 85%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만휴정 같은 일부 문화재는 방염포 덮개 덕분에 극적으로 피해를 피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영양과 영덕 지역은 진화율이 각각 76%, 65%에 머물러 잔불 진화와 추가 피해 방지에 남은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강풍 예보가 있는 만큼, 하루 안에 주불 완전 진화가 되지 않으면 재확산 위험도 남아 있다.
앞으로 필요한 건 ‘복원’이 아니라 ‘철저한 예방’
숲은 다시 자란다. 하지만 고운사의 종소리, 병산서원의 아침 안개, 하회마을의 마루 밑 햇살은 복원으로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재해 대응이 아닌, 문화유산 정책 전반을 재구성해야 하는 국가적 전환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산불 양상은 과거와 달라졌고, 기후 변화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산불이 반복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라고 경고한다. 이제는 문화재청, 산림청, 지방자치단체가 단일 대응이 아닌 통합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시사&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남 산불, 최장기화 위기 속 영덕 28일 ‘진화율 100%’ (0) | 2025.03.28 |
---|---|
남원시 왜 이러나. 산불은 지리산까지,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 (0) | 2025.03.28 |
강동구 싱크홀. 구조적 인재 참사, 왜 막지 못했나 (0) | 2025.03.28 |
법 위에 판·검사, 정의의 탈을 쓴 권력 카르텔 (0) | 2025.03.27 |
윤석열 탄핵 심판, 4월로 넘어간다? 입 닫은 헌재? (0) | 2025.03.27 |